국립현대미술관 서울
히토 슈타이얼: 데이터의 바다
오랜만에 한국 와서 정말 가보고 싶었던 국립현대미술관을 방문했다. 내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히토 슈타이얼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아시아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히토 슈타이얼의 개인전이라고 한다. 히토 슈타이얼의 '데이터의 바다' 전시는 9월 18일까지이다. 전시 보고 싶으신 분들은 서두르셔야 할 듯.
히토 슈타이얼의 논문에서 인용한 전시의 부제 '데이터의 바다'는 알고리즘과 빅데이터에 의해서 조정이 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순환되는 정보와 이미지 생산, 그리고 이러한 데이터를 재현하는 배후의 기술, 권력, 자본, 정치의 맥락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대표작 23점을 소개한다. 또한, 히토 슈타이얼의 개인전은 오늘날 마주하게 되는 숱한 재난과 전쟁 속에서 기술은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안 보여주기: 빌어먹게 유익하고 교육적인 .MOV파일> 2013
<안 보여주기: 빌어먹게 유익하고 교육적인 .MOV파일>에서 슈타이얼은 디지털 기반의 감시 사회 속에서 우리가 '안 보일 수 있는 방법'을 다섯 가지로 설명한다.
1. 카메라에 안 보이는 방법 2. 시야에서 안 보이게 하는 방법 3. 이미지가 되는 방법 4. 사라짐으로써 안 보이게 되는 방법 5. 이미지로 만들어진 세계에 병합됨으로써 안 보이게 되는 방법.
4장 사라짐으로써 안 보이게 되는 방법은 "dead pixel 되기", "거주를 위한 허가증이 없는 상태가 되기", "필터에 걸린 스팸 되기", "국가의 적으로써 실종자 되기", "투명 망토를 쓰고 사라지기" 등을 포함한다. 디지털 혁명 시대에는 17만 명의 사람들이 사라진다: 그들은 삭제되고, 제외되고, 분리되고 지워진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체계는 잡음과 신호를 구별하는 정치적인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된다. 이런 데이터 알고리즘의 세계에서 소외된 존재들은 디지털 이미지 상태에서 눈에 띄지 않는 스팸 이미지, 즉 작가가 강조하는 "poor images"와도 같다. 이 작품은 설명과 같이 보니까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지구상에서 소외된 자들에게 무심하고 무감하게 되는 이유가 사회가, 우리가 만들어낸 알고리즘이 그들을 poor image, dead pixel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셜심> 2020
<소셜심>은 팬데믹 기간 동안 현실 세계를 적극적으로 대체하기 시작한 온라인 기반 가상공간에서의 소셜 시뮬레이션을 통해 혼란스러운 사회 상황, 예술 창작의 조건, 변화하는 동시대 미술관의 위상을 탐구한 영상 작품이다. <소셜심>은 총 5채널 영상으로 구성되어 있고 첫 번째 방에는 쉬지 않고 춤추는 경찰의 아바타가 등장하는 4개의 채널을 보여주는데 그 춤은 팬데믹 동안 퍼지기 시작한 대중의 시위와 그들을 진압하는 경찰과 군인들의 행위를 바탕으로 각색된 일종의 사회적 안무이다.
이 작품은 2021년부터 5년 동안 빌보드 차트 노래 제목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영어 단어를 제목으로 한다.
<오늘날의 로봇>은 개인적으로 히토 슈타이얼의 '데이터의 바다' 전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이다. <오늘날의 로봇>은 터키와 쿠르드족 간의 긴 전쟁으로 인하여 파괴된 쿠르드인들의 도시인 디야르바르크를 보여준다. 영상 속의 아이들은 시리에게 로봇이 재난 지역에서 정말로 사람을 구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생생한 쿠르드인들의 목소리를 통해 폭력과 재난의 현실이 전달되는 가운데, 이 영상의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미래 컴퓨터 기술의 토대를 세웠던 12세기 쿠르드족의 천재 알 자자리가 발명한 로봇에 대한 서사이다. 로봇, 폭력, 재난, 그리고 전쟁이 서로를 반영하는 작품에서 휴머노이드 구조 로봇의 제작과 그들의 예상되는 수행성 속에 입력된 폭력의 서사는 터키와 쿠르드족 간의 오랜 내전의 비극과 병치 된다. 이는 동시에 대중문화 속 "hell"과 "die"와 같은 단어로 깊게 각인 된 비극적인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Siri, are robots today developed to save people in disaster zo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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